존 에버렛 밀레이는 1848년에 결성된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라는 문예 양식을 다른 영국화가들과 함께 창립하여 라파엘 양식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는 문학, 역사, 자연의 장면들을 사실적이고 세부적인 스타일로 그림을 그렸으며 또한 성공적인 초상화가로도 이름을 남겼습니다.
유명한 영국의 화가이자 삽화가로 11살에 왕립 아카데미 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소질을 가진 천재였습니다.
밀레이는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인물이나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실제로 그는 말년에 초상화가로서 큰 명성을 얻게 되어 대부분의 수입원이 초상화 판매에서 비롯되었지만 이때 풍경화는 그에게 자연을 접하는 안식처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밀레이의 초기 작품은 비평가 존 러스킨의 지지를 받았고 풍경을 사랑하게 된 것도 존 러스킨이 1853년 스코틀랜드로 초청하면서부터였지만 그의 아내와 밀레이가 사랑에 빠지면서 관계가 악화되었고 마침내 그의 아내, 에피는 존 러스킨과 이혼한 후 밀레이와 결혼했습니다. 그 둘은 이후 스코틀랜드에 머물면서 풍경화를 그릴 수 있는 집을 빌리기도 하면서 생활했습니다. 이 이혼은 빅토리아 사회에 큰 스캔들이 되었지만 밀레이와 에피는 그가 죽는 날까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밀레이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오필리아' 가 있습니다. 오필리아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그녀의 아버지를 잃고 연인에게 거절당한 후 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밀레이는 자신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물에서 노래를 부르는 순간을 묘사하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는 실제 모델과 실제 위치를 이용하여 그 장면을 매우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그려냈습니다.
오필리아의 모델이 된 여성은 밀레이가 설립한 라파엘전파의 화가 가브리엘 보세티의 아내였습니다. 그녀는 물로 채워진 욕조에서 그를 위해 포즈를 취했는데 그 욕조 아래에는 기름 램프가 켜져 있어서 욕조를 데우고 있었지만 어느 날 램프가 꺼져버려 그녀는 심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밀레는 화난 그녀의 가족들 때문에 그녀에게 비싼 의료비를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또 그림의 야외의 배경은 런던 근처의 호그스밀 강으로 7월부터 11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밀레이는 야외의 풍경을 그렸는데 날씨, 곤충, 호기심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 그림을 그리는 도중 사람을 고용하여 그 배경을 그리는 데 전심을 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배경에는 여러 종류의 꽃이 보이는데 빅토리아 시대의 꽃말에 따르면 그림 속의 꽃들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양귀비는 잠과 죽음을, 팬지는 허무한 사랑을, 로즈메리는 기억을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을 나타냅니다. 밀레이는 또한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언급되지 않은 망각의 꽃인 데이지를 그림에 포함했습니다.
이 그림이 1852년 왕립 아카데미에 처음 전시되었을때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림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에 대해 칭찬한 비평가도 있었지만 다른 비평가들은 병적인 주제를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고 영화, 소설, 노래등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했으며 미술 역사에서 오필리아를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으로 여겨집니다.
밀레이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 '부모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입니다. 밀레이는 그리스도의 미래의 열정과 죽음에 대한 상징성, 예언뿐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의 가족의 인간성과 거룩함을 보여주기를 원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그림은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에 관련된 세부적인 디테일로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그림의 중앙부의 삼각형은 성삼위일체 성부, 성자, 성령을 나타냅니다. 벽에 기대어 있는 사다리는 하늘과 땅 사이를 오르내리는 천사들의 환영인 야곱의 사다리를 떠올립니다. 사다리에 앉은 비둘기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고 그에게 내려온 성령을 상징합니다. 배경의 양들은 그리스도를 따라 양치기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탁자 위의 나무와 못은 그리스도의 손과 발을 뚫은 십자가와 못을 형상화합니다. 예수님의 손에서 그의 발로 떨어지는 피는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암시합니다. 예수님의 손을 씻으려고 물을 가져오는 어린 요한은 예수님에게 세례를 주고 그를 위해 길을 준비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이 전시되었을때 많은 비평가들의 비난으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제까지 성경의 내용으로 그림을 그릴 때에는 웅장하고 거룩하게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 시대에 성스러운 예수님 가족을 평범하고, 가난하고, 심지어 병든 사람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고 신성모독이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러스킨은 자연에 대한 밀레이의 충실함, 감정의 표현, 색채의 사용 그리고 도덕적인 목적에 감탄하며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질을 보여주었다고 칭찬했습니다. 오히려 종교적인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의 가족의 '극도의 신성함'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을 기리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