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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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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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하늘 2024. 7. 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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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김민기 님의 발인이 엄수되었다고 합니다. 김민기라는 가수는 늘 마음 한편에 빚을 진 것처럼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한데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나다니 앞으로 어떻게 그의 이름을 마주할지 모르겠습니다.

 

 

SBS 학전, 뒷것 김민기 다시 보기

 

아침이슬, 상록수, 친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곡을 남긴 김민기라는 작곡가, 가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지난 4월 SBS에서 방영한 "학전-그리고 뒷것 김민기" 란 방송을 통해 오랜만에 그의 소식을 알게 되어 참 기뻤는데 그 몇 달 후 이런 슬픈 소식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본의였던 아니던 노래가 발표된 후 금지곡이 되고 당시의 대학생들의 데모 때는 빠질 수 없이 불려졌던 노래가 그에게는 참 무겁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의 노래의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철학가이며 사상가이며 뛰어난 문학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 중,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미대에 진학한 김민기 님은 번안가요를 주로 부르던 당시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를 열었으며 1971년 발표한 1집에 "아침이슬""바람과 나""친구"등 명곡이 실렸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담은 "친구"는 유신독재정권아래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곡으로 낙인이 찍혀버리고 그의 다른 노래 또한 금지곡이 되었으며 그의 가수 활동은 불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정치적으로 이렇게 큰 영향을 끼쳤지만 그 자신은 정치적인 의견을 밝힌 적이 없으며 심지어 공식석상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민기는 극단 학전을 창단하여 기라성 같은 배우를 배출하는 것으로 자신의 창작 의욕을 대신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 중 학전 출신으로는 김윤석, 황정민, 조승우, 장현성, 이정은, 김희원, 안내상, 김원해 등 스타 발굴에 걸출한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많습니다.

또 빼놓을 수없는 인물로 가수 김광석이 있습니다. 그 역시 김민기로 인해 대학로의 스타가 될 수 있었고 김민기는 그로 인해 학전운영에 큰 도움을 받아, 김광석 추모사업회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그를 아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람과 나

 

끝 끝없는 바람 저 험한 산 위로 나뭇잎사이로 불어 가는

아 자유의 바람 저 언덕 위로 물결같이 춤추는 님

무명 무실 무감한 님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볼래 지녀볼래

 

물결 건녀편에 황혼에 젖은 산 끝보다도 아름다운

아 나의 님 바람 뭇 느낌 없이 진행하는 시간 따라

무명 무실 무감한 님 나도 님과 같은 인생을 지녀볼래 지녀볼래

 

 

 

 

아침이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친구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리오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상록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친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